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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확률은 60%?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의 쾌거를 올린 것인데요.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자체가 아카데미 시상식과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양대 영화 시상식이면서, 동시에 골든 글로브 시상식 두 달여 후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자 바로미터로 불리기 때문에 이번 '기생충'의 외국어 영화상 수상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데요. 

그렇다면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2020년 2월 9일에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영화상(구 외국어 영화상) 및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그간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들의 사례를 표본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1   국제 영화상(구 외국어 영화상) 수상 확률은 최대 60%?

지난 1965년부터 개설된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은 지금까지 총 55편의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을 배출했는데요. 그중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동시에 수상했던 경우는 총 20번, 확률상으로는 37%에 달합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10년간의 사례로 기간을 집중시키면 확률은 크게 높아집니다. '인 어 베터 월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무르', 더 그레이트 뷰티', 사울의 아들' 그리고 가장 최근작인 '로마'까지, 최근 10년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동시에 수상했던 경우는 6번, 확률이 60%로 급상승하며, 최근 20년간으로 기간을 확대해도 확률은 50%로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최근 20년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생충'은 2020년 2월 9일 개최되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영화상(구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할 확률은 최소 50%, 많게는 60%, 아무리 못 잡아도 37%의 확률로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물론 이는 '기생충'이 2020년 1월 13일 공개되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라야 가능성 자체가 생기는 것이긴 하지만,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고, 실제로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것은 지난 20년 동안 다섯 차례에 불과했으니, '기생충'의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수상은 바로 코앞이 아닐까 싶습니다.

 

 

 2   '기생충'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가능성은?

그렇다면 2020년 1월 5일 개최된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기생충'은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포함해서 각본상과 감독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외국어 영화상만 수상에 성공했고,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가져갔고, 감독상은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이 수상을 했는데요.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역사상,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던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것은 여러 차례가 있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만도 '와호장룡',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아무르', '로마' 등 네 차례나 있었으니, 2000년대 기준으로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를 확률은 20%에 달합니다. 

 

(왼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와호장룡,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로마, 아무르

특히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아무르'의 경우 2012년 깐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수상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과정이 '기생충'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를 예상하는 선례가 될 수도 있겠는데요. 

하지만 그간의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직전에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던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라 수상에 성공했던 사례는 1982년 제5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간디'의 경우가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간디'의 경우 제작 국가가 미국이고, 영어를 사용했기에 비영어권 영화로 보기는 힘든 게 사실이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출의 미국 영화라고 할 수 있으니, 엄밀하게 따지면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던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르더라도 실제 수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

 

 

 3   '기생충'이 감독상을 수상할 확률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작품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면, 그렇다면 감독상과 각본상은 어떨까요?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사례에서 살펴봤을 때, 감독상과 각본상 역시 수상 가능성은 역시 높지 않습니다.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이 시상된 이후 현재까지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아 갔던 경우는 1982년의 '간디'와 2019년의 '로마'가 유일했습니다. 

작품상 수상 확률보다는 높지만, 그래 봤자 3.7%에 불과한 확률이며, 이 확률에서도 미국 영화지만 인도에서 최초로 개봉됐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된 '간디'의 감독 리차드 아텐보로를 제외하면 가능성은 역시 2%가 채 되지 않습니다. ('간디'의 감독 리차드 아텐보로는 '쥬라기 공원'에서 공원을 만든 존 해몬드 회장 역의 배우이기도 한데, 이 분을 외국인 감독으로 분류할 수는 없는 지경 아닐까요?)

 

'간디'를 외국 영화로, '쥬라기 공원' 존 해몬드 회장님을 외국 감독으로 분류할 수는 없는 지경

 

 4   '기생충'이 각본상을 수상할 확률?

각본상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던 작품이 지금껏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던 경우는 1966년 '남과 여', 1982년의 '간디', 2002년의 '그녀에게'까지 단 세 차례에 불과했습니다. 확률상으로도 5.5%에 불과하고, 역시 '간디'는 제외되는 게 타당하니 확률은 더 줄어들죠.

 


하지만 지난 2019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의 경우에서처럼,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 부문 말고도 작품상을 포함해서 감독상, 각본상 등의 후보에 오르지 말라는 법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제외한 다른 부문 수상이 완전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만도 없을 것입니다. 

2020년 1월 13일 발표되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 때부터 모든 것이 시작될 것입니다!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외국어 영화상, 감독, 각본, 나아가서 작품상까지 조심스레 후보에 오르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