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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팡

영화 속 디에이징 기술로 몰라보게 젊어졌다는 배우들

'디에이징(de-aging)'이라는 할리우드 영화 기술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모습을 대역 배우를 쓰지 않고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힘을 빌려 주름을 지우고 턱선을 다듬고, 과거 모습을 합성해서 젊어 보이는 모습을 만드는 기술인데요. 

지난 2006년 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부터 가장 최근 영화인 '아이리시맨'까지,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최신 디에이징 기술로 만들어진 스타들의 모습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어떤 놀라운 기술의 향연이 펼쳐졌는지 함께 보실게요. (순서는 영화 개봉순입니다!)

 

 

 1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맥켈렌 - 엑스맨: 최후의 전쟁 (2006)

지난 2006년 개봉한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어린 진 그레이와의 플래시백 장면에 등장한 찰스 자비에와 마그네토 역의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와 이안 맥켈렌의 젊은 모습은 할리우드 디에이징 테크놀로지의 초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스킨 그래프팅'이라는 기술로 당시 나이 66세, 65세 배우들의 주름을 제거해서 젊은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찰스 자비에 디에이징 비포 애프터
마그네토 디에이징 비포 애프터

 

 2  브래드 피트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8)

2008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는 디지털 디에이징 기술과 함께 '컨투어(Contour)'라는 테크놀로지가 동원됐다고 합니다. 

연출을 맡은 데이빗 핀처 감독은 젊은 브래드 피트의 모습은 전형적인 디에이징 기술로 1990년대 브래드 피트의 모습을 합성한 것이지만, 늙은 브래드 피트의 모습은 비디오 게임에서 캐릭터의 얼굴에 실제 사람의 얼굴을 가져다 붙이기 위해 개발된 테크놀로지인 컨투어를 통해서 구현했다고 하네요. 

 

'벤자민 버튼...' 출연 당시 브래드 피트 (왼쪽), '델마와 루이스' 출연 당시의 젊은 브래드 피트

 

 3  아놀드 슈왈제네거 -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2009)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에 등장했던 T-800은 사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아닌 대역 배우 로랜드 킥킹거라는 배우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분주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카메오 출연이 불가했던 것도 있었지만, 당시 나이 63세도 해결해야 할 문제였던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젊고 탱탱한 T-800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오리지널 '터미네이터' 출연 당시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촬영분을 대역 배우의 얼굴에 덧붙이는 디지털 스캔 기술을 사용해서 관객들을 감쪽같이 속였다고 하네요. 

 

'터미네이터' (1984) 출연 당시 아놀드 슈왈제네거

 

 4  올랜도 블룸 -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2013)

2013년 영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출연 당시 배우 올랜도 블룸은 당시 나이 36살에 불과했지만, 그러나 올랜도 블룸이 맡은 캐릭터 레골라스는 '반지의 제왕: 왕위 귀환'이 개봉했던 2003년과 그대로의 모습이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엘프는 나이를 먹지 않으니까요. 디에이징 필수 적용이었죠!

 

나이를 먹지 않는 엘프 레골라스

 

 

 5  마이클 더글라스 - 앤트맨 (2015)

마블의 디에이징 기술이 처음 사용된 영화는 지난 2011년의 '퍼스트 어벤져'입니다. 당시 마블 VFX 팀은 깡마른 스티브 로저스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대역 배우의 얼굴에 크리스 에반스의 얼굴을 합성해서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했는데요. 

그로부터 4년 후 '앤트맨'에서 닥터 행크 핌 역의 마이클 더글라스의 젊은 시절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진일보한 마블의 디에이징 기술은 훨씬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촬영 당시 71세의 마이클 더글라스의 모습이 나이보다 족히 30년은 젊어 보이네요.

 

디에이징을 위해 얼굴에 모셥 캡처 점을 찍은 '앤트맨'의 마이클 더글라스

 

 6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

'앤트맨'에서 심층 적용된 마블의 디에이징 기술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의 페기 카터의 모습에서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커트 러셀이 연기하는 에고의 젊은 시절, '앤트맨과 와스프'에서의 젊은 시절의 재닛 반 다인의 모습 등등 최고의 테크놀로지로 진화하며 관객들에게 영화 보는 즐거움을 가득 안겨줍니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의 디에이징 기술의 정점은 바로 지난 2016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등장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젊은 모습입니다. 

마치 젊은 시절의 로다주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우수에 젖은 눈빛과 오똑한 콧대의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마블 스튜디오가 축적한 디에이징 기술을 총동원해서 주름과 피부는 물론이고 혈색까지 가능한 모든 시간의 흔적을 지워 토니 스타크의 시간을 과거로 돌렸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의 꽃미모 로다주와 99% 흡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왼쪽), 실제 젊은 시절 모습(오른쪽)

 

 7  제니퍼 코넬리 - 아메리칸 패스토럴 (2016)

2016년 영화 '아메리칸 패스토럴' 출연 당시 47세의 나이였던 제니퍼 코넬리는 극중 디에이징 기술로 젊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당시 연출 데뷔작이었던 감독 이완 맥그리거는 제니퍼 코넬리가 대략 1991년 영화 '인간 로켓티어' 출연 당시의 모습으로 보이기를 원했고, 그에 맞춰 얼굴의 주름에서부터 모공 등에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했고, 거기에 뺨, 턱라인 등의 부분에서 메꿀 곳은 메꾸고 채울 곳은 채워서 좀 더 둥그렇고 토실한 모습을 창출했다고 합니다. 

 

아메리칸 패스토럴 (왼쪽), 인간 로켓티어 (오른쪽)

 

 8  조니 뎁 -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017)

2017년 개봉한 디즈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는 젊은 잭 스패로우가 어떻게 선장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약 5분여의 회상씬이 등장하는데요. 

이 장면에서 12살의 조니 뎁의 모습은 조니 뎁의 어린 시절 모습과 흡사한 쿠바계 미국 배우 안토니 데 라 토레라는 신인 배우의 연기에 1993년 개봉한 '길버트 그레이프' 출연 당시 조니 뎁의 모습을 디에이징 기술로 적절히 보완한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대역 배우의 싱크로율과 첨단 기술의 결합으로 완벽한 어린 조니 뎁의 등장이었네요.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나이 든 조니 뎁(왼쪽), 대역배우 안토니 데 라토레와 함께 한 조니 뎁(오른쪽)

 

 9  사무엘 L. 잭슨 - 캡틴 마블 (2019)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캡틴 마블'에서 사무엘 L. 잭슨이 연기한 닉 퓨리는 거의 전체 러닝 타임 내내 25년 젊어진 모습으로 등장을 합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날이 갈수록 발전된 디에이징 테크놀로지는 마블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캡틴 마블'에서는 대역 배우 없이, 그냥 사무엘 L. 잭슨의 촬영만으로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시키는 수준까지 진화해서 젊은 닉 퓨리 촬영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하네요. (1995년 '다이하드 3' 당시의 사무엘 L. 잭슨의 모습이나 진배없네요!)

 

사무엘 L. 잭슨의 '캡틴 마블' 디에이징 비포 애프터 (왼쪽), '다이하드 3' 출연 당시 모습 (오른쪽)

 

 10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 아이리시맨 (2019)

할리우드 디에이징 테크놀로지의 정점은 '아이리시맨'에서 극에 달합니다. 1943년생 76살인 로버트 드니로와 조 페시, 그리고 1940년생 79살인 알 파치노의 젊은 시절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ILM은 배우들의 연기에 방해가 된다며 디에이징 기술을 반대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설득합니다.

과거 얼굴에 모션 캡처를 위한 점을 찍거나 그린 스크린을 활용해서 디에이징 기술을 구현했던 것과는 달리, ILM은 기존 촬영의 몇 배에 달하는 여러 대의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하고, 배우들이 젊은 시절 등장한 영화에서 얼굴 표정 데이터를 수천 개씩 수집해서 AI 기술로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노배우들이 온전히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이제는 얼굴에 점을 찍는 모션 캡쳐나 촬영 몰입에 방해되는 그린 스크린 없이도, 그저 기존 촬영하는 방식대로 배우가 연기를 하면, 그 촬영분만으로 수십 년 젊은 모습을 구현하는 디에이징 수준까지 촬영 기술이 진보했다니, 할리우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뿐이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네요. 

 

디에이징 기술로 수십년의 나이를 넘나들었던 '아이리시맨'의 로버트 드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