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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팡

다른 배우들이 거절한 영화로 대박이 났다는 스타들

배우들에게는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들이 있습니다. 무명 생활을 벗어나게 한 작품이거나, 도착화된 이미지를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작품이거나, 연기력으로 인정받으며 상복이 터졌던 작품이거나 등등이요. 

근데, 그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 거절을 돌고 돌아 자신에게 온 배역이라면 의미가 더욱더 남다를 텐데요. 다른 배우들이 거절한 작품으로 대박이 나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순서는 영화 개봉순입니다!)

 

 

 1  '쉬리' (1999) 이장길 역의 송강호

지난 1999년 개봉한 영화 '쉬리'는 한석규, 최민식 이외에도 송강호, 황정민, 임형준, 이필모, 이종혁, 장현성 등등 대한민국 2000년대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남자 배우들이 주조연, 단역으로 총출동했던 영화인데요. 

원래 이 영화에서 송강호가 맡았던 이장길 요원 역은 애초 차인표에게 제안이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석규 동료 배우로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차인표가 배역을 거절했고, 송강호는 이 역으로 본격적인 조연 배우로 올라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근데 재밌는 게 차인표와 송강호의 이런 운명적인 인연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차인표는 이후로도 '괴물',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등등 송강호가 출연했던 영화들의 배역을 깡그리 거절했는데, 이 모든 영화들이 다 대박이 나고, 송강호는 이런 영화들의 출연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 최고의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로 자리 잡게 되었네요. 불운한 작품 선택의 아이콘과 같은 배우, 바로 차인표랍니다.

 

 

 2  '공동경비구역 JSA' (2000) 이수혁 역의 이병헌

총 관객수 579만 명을 기록하며 박찬욱을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발돋움 시켜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이수혁 병장 역은 최초 이정재에게 배역을 제안했지만 거절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 역할은 이병헌에게 돌아갔고, 당시 드라마는 히트를 쳤지만 출연하는 영화마다 모두 실패를 보며 무비 스타 진입에 연거푸 고배를 마셨던 이병헌은 이 작품으로 징크스를 깨며 흥행배우로 올라서게 됩니다. 

 

 

 3  '늑대의 유혹' (2004) 정태성 역의 강동원

김태균 감독의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맡았던 정태성 역은 애초 H.O.T.의 아이돌 가수 장우혁에게 제안이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던 장우혁은 본업인 음악 활동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 영화를 깔끔하게 포기했고, 강동원은 이 영화를 통해 외모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꽃미남 남자 배우로 뜨게 됩니다. 

영화 속 강동원이 우산 들어주는 장면은, 영화관 여자 관객 환호성 역대 1위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장면으로 강동원을 대표하는 움짤로 길이 길이 남게 되죠. ('응답하라 1988'서도 패러디!) 

 

'응답하라 1988'에서도 패러디된 '늑대의 유혹'의 명장면

 

 4  '친절한 금자씨' (2005) 금자 역의 이영애

박찬욱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 역은 최초 배우 고현정에게 제안이 갔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고현정은 영화 후반부의 잔혹한 복수 장면이 마음에 걸려 출연을 고사했고, 대타로 출연하게 된 이영애는 이 작품으로 고착화된 대장금 이미지를 벗는 데 성공하며 청룡영화상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5  '너는 내 운명' (2005) 김석중 역의 황정민

'장군의 아들', '쉬리' 등에서 단역 배우로 출연하다, 2001년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이름을 알린 배우 황정민은 사실 '와이키키 브라더스'까지만 해도 함께 출연했던 박원상, 오광록, 류승범과 같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인지도가 있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황정민이 주목받는 배우에서 인지도를 크게 높이며 안정적인 주연 배우로 발돋움한 작품은 2005년 9월 개봉한 영화 '너는 내 운명'인데요. 배우 황정민에게 청룡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가져다준 '너는 내 운명'의 김석중 역은 원래 배우 조재현에게 간 배역으로, 조재현이 스케줄이 안 맞아서 고사한 게 황정민에게는 운명적인 인생작이 되었던 것이네요.

 

 

 6  미녀는 괴로워 (2006) 강한나/제니 역의 김아중

'해신',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별난여자 별난남자' 등의 드라마와 '어깨동무',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연기자보다는 '심심풀이-러브 서바이벌 두근두근', '해피투게더' MC 등으로 알려졌던 배우 김아중을 배우로서 크게 인지도를 높인 작품은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입니다. 

하지만 '미녀는 괴로워'의 1인 2역 강한나/제니 역은 김희선에서부터, 고소영, 이나영, 수애 등등 많은 톱스타들이 거절한 후 김아중에게 온 대타 캐스팅이었습니다. 전신 성형이라는 뚱녀 설정이 톱스타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어서 모두 출연을 고사했는데, 연출은 맡은 김용화 감독은 배우 김아중의 열정적인 눈빛이 마음에 들어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하네요.  

 

 

 7  과속 스캔들 (2006) 남현수 역의 차태현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최고의 흥행 배우 자리에 올라섰던 차태현은 이후 출연했던 영화들이 모두 죽을 쑤며 오랜 기간 배우로서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런 차태현이 '엽기적인 그녀' 못지않은 흥행을 선보이며 오랜 부진을 극복한 영화가 바로 2008년 겨울에 개봉한 '과속 스캔들'입니다. 

근데, '과속 스캔들'의 남현수 역도 원래는 차태현이 아닌 임창정에게 먼저 제안이 갔던 배역이라고 합니다. 임창정이 당시 신인 감독이었던 강형철 감독의 연출력에 의구심을 표하며 출연을 고사했는데요. 추후 '과속 스캔들'이 820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히트를 기록하자 이를 무척 아쉬워했었다는 임창정이라고 하네요.

 

 

 8  '아저씨' (2010) 차태식 역의 원빈

원빈이라는 판타지를 실현시킨 영화, 원빈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아저씨' 속 아저씨 차태식의 역할에 애초 이정범 감독이 구상한 연령대는 40대였다고 합니다. 정말 동네에 있을 것 같은 실제 아저씨를 상상하고 태식 역에 중년 배우들을 염두에 뒀고, 가장 유력한 후보는 김명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명민은 당시 영화 '파괴된 사나이'를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스케줄 상 출연이 불가해 고사를 했고, 이후 시나리오를 재밌게 본 원빈이 꼭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정범 감독은 원빈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령대의 젊은 '아저씨'를 탄생시키게 됩니다. 

무려 시나리오까지 바꿀 정도였던 원빈의 위엄이 돋보였던 '아저씨'는 이후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돌파하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가운데 눈에 띄는 흥행 성적을 남겼고, 배우 원빈은 이 영화의 배역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 후 10년 동안 이만큼 마음에 드는 후속작을 고르지 못하고 영화 출연을 고사 중이네요.

 

 

 9  '건축학개론' (2012) 과거 서연 역의 수지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가 맡았던 과거 서연 역은 원래 소녀시대 멤버 서현에게 제안이 갔던 배역입니다만, 그러나 서현 본인의 귀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속사에서 소녀시대 스케줄로 인해 해당 역할을 거절했고, 이후 배역은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주인공 고혜미 역으로 배위 데뷔를 했던 미스 에이 출신의 가수 겸 배우 수지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수지는 '건축학개론'이 400만 명 이상의 흥행 대박을 내며 국민 첫사랑, 첫사랑의 아이콘에 등극을 하게 되었고, 해당 배역으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대세가 된 배우 수지는 각종 CF를 휩쓸고, 이듬해 드라마 '구가의 서'로 MBC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는 최고의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10  '엑시트' (2019) 용남 역의 조정석

2019년 1,000만 가까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엑시트'를 제작한 영화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영화의 흥행 비결로 남자 주인공 역할로 조정석을 캐스팅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의견을 비춘바 있습니다. 

하지만 조정석에게 처음 배역을 제안했을 당시, 조정석은 영화 '뺑반'과 드라마 '녹두꽃'의 촬영 일정이 겹쳐 배역을 고사했는데, 근데, 그때 제작진은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1년을 기다려서 결국 조정석과 윤아 조합으로 영화를 완성시켜 흥행 대박을 일궈내게 됩니다. 

 


만약 당시 일정이 맞지 않았던 배우 조정석을 대신해서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엑시트'가 이정도 대박 영화가 났을까요? 재난 영화지만 시종일관 진지하지만은 않았던 스토리상, 조정석 특유의 코믹 연기가 빛을 발했던 영화 '엑시트', 촬영 일정상 본인이 배역을 거절했지만,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기다려준 제작진 덕분에, 배우 조정석은 2019년 영화배우 브랜드 평판 1위에 선정되는 등, 2012년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영화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