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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에서 어벤져스:엔드게임까지, 한 끗 차이로 망할뻔했다는 영화 속 명장면들

할리우드 유명 영화 속 명대사들 중에는 하마터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탄생조차 하지 못했을 위기의 대사들도 여럿입니다. 그중에서도 정말 한 끗 차이로 간신히 세상에 빛을 봤다는 할리우드 유명 영화 속 명장면 5가지를 모았습니다. 어떤 사연들이 있는지 함께 보실게요. 

 

 

 1  터미네이터 (1984) - 아일비백(I'll Be Back)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명대사 "아일비백 (I'll be back)"은 지난 2002년 미국 영화 연구소에서 선정한 '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대사' 37위에 랭크가 됐고, "곧 돌아올게"라는 한국어 번역보다도 영어 발음 그대로의 "아일비백"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상징하는 최고의 명대사인데요. 

이 명대사는 지난 1984년 개봉한 오리지널 '터미네이터' 1편에서 사라 코너를 찾기 위해 LA 경찰서에 들어가던 T-800이 처음 사용한 이래, '터미네이터 2',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등등,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포함, '코만도', '런닝 맨', '트윈스' 등등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다른 작품에서까지 오마주 되거나 패러디되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터미네이터' DVD 부가영상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독특한 악센트 영어 발음을 구사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아일(I'll)" 발음이 잘 안된다며, 그냥 "아이 윌(I will)"이라고 또박또박 발음을 하면 어떻겠느냐, 오히려 그 편이 기계식 발음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합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그런 제안에 제임스 카메론은, 내가 당신에게 연기를 요구하는 것도, 각본상의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그 한마디를 요구하는 것인데, 그걸 못하겠다니, 절대 안 된다, 반드시 "아일비백 (I'll be back)"이어야 한다고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제안을 단칼에 일축했고, 그 덕에 '터미네이터' 시리즈 최고의 명대사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 윌 비 백 (I Will Be Back)"이라뇨,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말을 따랐다면, 아주 그냥 망할뻔했네요.

 

 

 2  에일리언 4 (1997) - 시고니 위버의 농구 장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연출한 1997년 영화 '에일리언 4'의 명장면 중 하나인 엘렌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가 농구 골대를 등지고 한 손으로 슛을 던져 들어가는 장면은 놀랍게도 촬영 첫 테이크만에 성공시킨 장면이라고 합니다. 

시고니 위버는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3주 동안 농구 코치와 함께 반복되는 훈련을 했는데, 훈련 당시에는 10번을 던지면 1번 정도 들어갈까 말까 했던 확률이어서, 촬영 당일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은 족히 200번의 테이크는 걸릴 것으로 우려해서, 프레임 밖의 위쪽에서 공을 던져주는 방식으로 두 테이크를 짜깁기할 것을 권유했으나, 시고니 위버가 실제로 슛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그냥 찍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허락했는데, 그걸 단 한 방에 명중시켜버렸던 것이었죠. 

근데 이런 엄청난 행운의 확률로 촬영된 이 명장면 역시 망할뻔했다고 합니다. 리플리가 슛을 한 번에 성공시키자 조너 역을 맡은 배우 론 펄먼이 실제로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Oh, F*ck"이라는 말이 튀어나와버렸던 것인데요. 다행히도 해당 욕 부문은 아주 순간의 조너가 깜짝 놀라는 부분까지만 담아내고 욕을 삭제해내면서 해당 장면을 편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롤 펄먼의 욕이 조금만 빨리 튀어나왔다면 골 장면을 살리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니,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겠네요.

 

 

 3  러브 액츄얼리 (2003) - 휴 그랜트의 'Jump' 댄싱 장면

'러브 액츄얼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Love Is All Around'겠지만, 극중 영국 수상 역을 맡았던 휴 그랜트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의 'Jump'도 최고의 노래로 기억됩니다. 

미국과의 외교에서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수상 휴 그랜트는 매우 마음이 심란한데, 그런 수상의 속마음도 모른 채 관료들과 국민들은 수상 각하에게 환호를 했고, 그리고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신청곡. "애국심이란 그런 거죠. 화끈한 수상님께 이 노래를 바칩니다. 추억을 부르는 중년의 애창곡~", 그리고 흘러나오는 걸스 어라우드의 히트곡 'Jump'에 맞춰 휴 그랜트는 다우닝가 10번지 수상 관저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데...

근데 이 장면도 휴 그랜트의 고집 때문에 촬영이 안될뻔했습니다. 휴 그랜트는 정말이지 이 장면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침실의 라디오에서 들리는 희미한 노랫소리에, 어떻게 수상이 그 넓은 수상 관저를 돌아다니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느냐, 방을 벗어나면 노랫소리도 안 들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리차드 커티스 감독에게 퉁명스런 항의를 했고, 급기야는 리허설 도중 무릎이 안 좋다는 핑계까지 대며 촬영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부탁에 할 수 없이 촬영을 마쳤다고 합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고지식한 휴 그랜트였네요. ^^)

 

 

 

 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2017) - 욘두의 장례식 장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명장면 중 하나인 욘두의 장례식 장면은 꽤 긴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으로, 우주선 안에서 누운 욘두의 주변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들과 부하들이 저마다 욘두를 기념하는 소품을 시신 주변에 올려두고, 스타로드의 상당히 장광하면서도 감동적인 고별사 등이 이어지는 장면인데요.

근데 문제는 이 장면을 찍는데 욘두 역의 배우 마이클 루커가 실제로 잠이 들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놓고 마이클 루커가 코를 골고 실제로 잠을 자고 있었으니 NG가 나도 여러 번 났을법한 상황이었는데, 역시 프로는 프로인가요, 그 와중에서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배우들은 NG 없이 촬영을 끝냈고, 욘두의 장례식 장면은 무탈하게 완성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5  더티 댄싱 (1988) -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의 물속 리프팅 장면

'더티 댄싱'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베이비를 리프팅 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아이코닉한 명장면인데요. 두 주연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는 이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정말이지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요. 특히 영상 9도의 날씨에, 수온이 4도까지 내려가는 물속에 들어가서 연습할 때는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패트릭 스웨이지는 반복되는 댄스 장면 촬영으로 평소 앓고 있던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영하에 가까운 물속 리프팅 장면을 강행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에밀 아돌리노 감독은 해당 장면을 빼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릎 부상의 악화에도 패트릭 스웨이지는 물속 리프팅 장면을 끝끝내 강행 촬영했고, 결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이 패러디되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가 탄생되긴 했지만, 그 때문에 얻은 무릎 부상으로 패트릭 스웨이지는 이후 몇 년간 할리우드에서의 댄서 배역을 모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패트릭 스웨이지 몸을 조금만 사렸다면 아예 탄생조차 할 수 없었던 장면이었네요.

 

 

 6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 - "나는... 아이언맨이다" 장면

'어벤져스: 엔드게임' 후반 하이라이트 전투 장면에서 현재 시점으로 점프한 타노스는 "나는 필연적인 존재다 (I am inevitable)"라는 말과 함께 다시 한번 핑거 스냅을 시도하려 합니다. 어벤져스들이 제아무리 용을 써도 우주의 절반을 날려버리고자 했던 타노스 자신의 의도는 어떻게 되더라도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대사인데요. 

그런 타노스의 말에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피니티 건틀렛으로 타노스의 인피니티 스톤 여섯 개를 모두 빼앗아 핑거 스냅을 하기 직전, "나는 필연적인 존재다"라는 타노스의 대사를 그대로 받아쳐 2008년 '아이언맨'에서 등장, MCU의 시작을 알렸던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는 대사와 함께 핑거 스냅을 시전합니다. 

 

MCU의 시작을 알렸던 대사 "나는 아이언맨이다"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는 바로 이 대사, 두말하면 입 아픈 아이언맨 시리즈 최고의 시그니처 대사이자, 지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었던 가장 상징적인 대사로 10년간의 인피니티 사가를 끝맺음하는 이 장면에서 애초 토니 스타크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하고 싶었던 대사는 "오, 스냅! (Oh, Snap!)"이었다고 합니다. 

 


애드립을 즐겨 사용했고, 평소 다소 코믹한 분위기를 끼고 사는 토니 스타크였기에,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순간까지도 유머러스한 마지막 대사를 넣고 싶었던 로다주였는데요. 근데, 그때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 제작진 중 한 명인 제프 포드가 "나는 아이언맨이다"는 대사를 제안했고, 그보다 더 적재적소로 완벽한 대사는 없었기에 로다주를 포함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하고 이 대사로 다음날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로다주의 애드립을 살렸다면 망할뻔한(?) 마지막이었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