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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팡

알고 보면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초호화 캐스팅이었다는 '쉬리' 배우들 근황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9년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쉬리'는 한석규, 최민식이라는 최고의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지만, 그 외에도 송강호, 황정민, 장현성, 임형준, 이필모, 이종혁 등등등, 대한민국 2000년대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남자 배우들의 산실과도 같았던 영화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어쩌면 영화 '쉬리'는 한국 영화 역대 최고의 초호화 캐스팅이나 다름없었던 작품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영화 '쉬리'의 주조연 배우들의 최근 근황 조사해 봤습니다. 

 

 

 1  한석규

영화 '쉬리'에서 한국 정보기관 OP 소속 유중원 요원 역을 맡은 배우 한석규는 당시 '은행나무 침대'에서부터 '초록물고기', '넘버 3',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까지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 배우였고, '쉬리'는 580만 관객 동원으로 '타이타닉'이 가지고 있던 대한민국 영화 관객 동원 1위 기록을 깨는 등, 한석규의 전성기 티켓 파워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세대 교체에 따른 슬럼프를 겪고, 2011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복귀하기까지 많은 고난의 시간이 계속되었고,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우상'의 아쉬운 실패를 뒤로 하고, 2019년 12월 26일 개봉하는 대작 영화 '천문'에서의 세종대왕 역으로 다시 한번 이름값을 휘날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  최민식

'쉬리'에서 북한 특수 8군단 소속의 공작원 박무영 소좌 역을 맡았던 배우 최민식은, 영화판에서 독보적인 주연배우였던 한석규와는 달리 '쉬리'가 개봉했던 당시에는 '서울의 달', '제4공화국'과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드라마 주연 배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쉬리'에 캐스팅됐던 것도 한석규의 추천이었답니다.

하지만 '쉬리' 이후 최민식은 '올드보이'에서 주연으로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지난 1997년 MBC 드라마 '사랑과 이별'을 마지막으로 드라마 출연을 끊고, '친절한 금자씨',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명량' 등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가 되었다는 점에서 한석규와 대비되는 점이 많습니다. 2019년 12월 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은 최민식이 '쉬리' 이후 한석규와 20년 만에 만나는 작품이 되겠네요.  

 

 

 3  김윤진

당시 신인 배우에 불과했던 김윤진은 '쉬리'의 여주인공 이명현으로 파격 캐스팅으로 세간을 놀래켰는데요. '쉬리' 이후 '단적비연수', '예스터데이' 등의 영화에 출연했던 김윤진은 2003년 국내 무대를 잠시 뒤로하고 미국에 진출, 2004년 방송된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에서 권선화 역을 맡아 월드 스타로 발돋움합니다. 

국내 배우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드라마에서 주연급 배우로 활약했던 김윤진은 시즌을 거듭하던 '로스트'로 한창 잘나가던 때는 회당 출연료 1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억 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아 매년 25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던 월드 클래스급 미드 스타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로스트' 종영 후에도 같은 방송사의 '미스트리스'에 출연해서 조연 배우가 아닌 주연 배우로 거듭났고, 특히 '미스트리스' 시즌 4에서는 주연배우 중에서도 최고 레벨 대우를 받으며, 2008년 미국 최고의 연예 매거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최고의 엔터테이너 100인에 선정된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지난 2018년 방영된 SBS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을 마지막으로 차기작을 고르고 있습니다.

 

 

 4  송강호

'쉬리'에서 극중 한석규가 분한 정보요원 유중원의 동료 요원 이장길 역을 맡아 조연급 배우로 올라섰던 송강호는 '쉬리' 이후 말 그대로 한국 영화계 최고의 흥행 배우가 됩니다. '반칙왕'으로 첫 주연을 맡은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효자동 이발사', '미량', '박쥐', '의형제',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사도', '밀정', '택시운전사', '기생충' 등등 오직 주연작으로 누적 관객수 1억 명을 돌파한 한국 최고의 배우가 바로 송강호이죠.

재밌는 것은 송강호는 원래 '쉬리'의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송강호가 맡았던 배역은 원래 차인표를 염두에 둔 것이었는데, 차인표가 거절해서 대타로 들어간 것이고, 송강호는 최민식과 함께 영화 '쉬리'에서 한석규를 능가하는 강렬한 임팩트로 최고의 존재감을 발휘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주연급 조연이었죠.

 

 

 5  황정민

'쉬리' 개봉 당시인 1999년의 배우 황정민은 배고픈 연극배우에 불과했습니다. 영화에서 단역이라도 맡으면 완전 땡큐를 외치던 배우였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황정민은 영화 '쉬리'에서 극중 후반 한석규를 출연하는 OP 특별조사반 정부 요원으로 등장해서 "이방희를 처음 만난 게 언제입니까?", "총칭해서 이방희로 합시다" 딱 두 문장을 말하고 출연료 50만 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 역할도 미리 섭외된 게 아니라, 촬영 직전 아는 선배의 호출에 일거리가 있다고 달려가서 출연하게 되었다니 그야말로 엄청난 땡큐였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쉬리' 이후 황정민은 송강호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하게 됩니다.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이름을 알린 후, 2005년 '너는 내 운명'으로 제26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그 후에는 '사생결단', '부당거래', '신세계', '국제시장', '베테랑', '검사외전', '히말리야', '곡성', '공작' 등의 흥행 배우가 되었고,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6  장현성

황정민과 함께 영화 결말부에서 유중원을 내사하던 또 다른 OP 특별조사반 요원의 얼굴도 낯이 익습니다. 바로 배우 장현성입니다. 

'쉬리' 조감독에게서 예정에 없던 장면 촬영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갔는데, 당시 연극하는 친구 한 명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데려갔던 것이 바로 후배 황정민이었고, 그렇게 출연했던 영화 '쉬리'에서 받았던 출연료가 그간 자신이 출연했던 연극계에서 번 돈보다 많아서 큰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던 장현성이었다고 하네요. 

'쉬리' 이후에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강철비', '하얀거탑', '풍문으로 들었소', '시그널', 닥터 프리즈너' 등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했고,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OCN 드라마 '달리는 조사관'에서의 김현석 조사관 역이 있습니다. 

 

 

 7  김수로

1993년부터 1998년부터 영화 '투캅스' 시리즈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김수로는 '쉬리'에서는 북한 특수 8군단 공작원 안현철로 등장합니다. 분량으로 치면 '쉬리'가 데뷔작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김수로가 '쉬리'로 데뷔하게 된 것에는 절친 강성진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당시 연극판 동료였던 강성진은 '투캅스' 연출부로 일하면서 김수로를 '투캅스' 시리즈에 꽂아준 적이 있었는데, 강성진이 '쉬리'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강제규 감독이 남파공작원 배우를 찾고 있다고 해서 김수로를 추천해줬고, 강성진 추천으로 김수로는 합격을 했지만, 강성진은 아쉽게 떨어졌다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강성진이 '쉬리' 오디션을 권유했을 당시 여자 북한 공작원도 필요하다는 강제규 감독의 말에 김수로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자신의 여동생을 데리고 갔는데, 여동생과 함께 '쉬리' 오디션을 봤지만, 여동생은 한 번에 합격하고 자신은 떨어지자 삭발 투혼까지 발휘하며 세 번의 도전 끝에 '쉬리'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김수로가 삭발을 하고 오자, 강제규 감독이 북한 남파 공작원들은 삭발 안하는데라고 말해서 영화에서는 모자를 쓰게 되었죠.)

'쉬리' 이후 김수로는 연기력을 인정받아 '반칙왕', '화산고', '흡혈형사 나도열' 등의 영화와 '신사의 품격', '돌아와요 아저씨'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한 번은 월드컵을 맞이해서 꼭짓점 댄스를 유행시키는 등, 지금은 영화보다는 예능과 연극, 뮤지컬 제작자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쉬리'에 북한 여자 특수공작원으로 출연했던 김수로 여동생 김상미

 

 8  박용우

'쉬리'에는 박용우도 출연했습니다. '쉬리'에서 OP 소속의 신참 요원 어성식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사무실 어항을 관리하는 등 낙하산 요원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영화 최후반 경기장 테러에서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배우가 바로 박용우가 맡았던 어성식이었죠. 

'쉬리' 이후 2005년 영화 '혈의 누'에서 악역으로 출연 주인공 차승원을 능가하는 악마적 연기로 주목받았고, 2010년에는 SBS 드라마 '제중원'에서 드라마 원톱 주인공을 꿰찼고, 가장 최근작으로는 2019년 OCN 드라마 '프리스트'의 문기선 역과 '카센터' 사장 재구 역 등이 있습니다.

 

 

 9  이필모

'쉬리'의 북한 특수 8군단 공작원 배우들 중에는 이필모도 있었습니다. 극 초반 북한군 500명 중 엘리트 요원으로 선발된 30명이 전면에 섰는데 그중 한 명이 이필모로, 당시 보조 출연자가 4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는데 자신은 5만 원을 받는 엘리트(?)였다고 합니다.

'쉬리' 이후 '가화만사성', '솔약국집 아들들', '너는 내 운명' 등의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던 이필모는 지난 2019년 2월 TV 조선 '연애의 맛'을 통해 맺어진 서수연과 실제 커플로 발전 결혼식을 올렸고, 같은 해 8월 득남을 해서 아빠가 되었습니다. 

 

 

 10  이종혁

이필모와 함께 달리던 북한 공작원들 중에는 배우 이종혁도 끼어 있었다고 합니다. 대학 동기 김수로의 추천으로 '쉬리' 오디션을 봤다가 출연하게 되었다는 이종혁은, 워낙 출연 분량이 적어서 구별을 하기 힘들지만, 그나마 자신은 깃발을 들고 있어서 얼굴을 제외해도 찾아낼 수는 있었다고 하네요. 

'쉬리' 단역 출연 이후 이종혁은 지난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어떤 녀석이 나한테 우유를 던졌어"라는 대사로 유명한 선도부장 차종훈 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비열한 거리', '용의주도 미스 신', '여중생 A' 등의 영화와 '추노'의 황철웅 역, '신사의 품격'의 이정록 역 등의 드라마에서 활약을 펼치게 됩니다. 

 


가장 최근에는 배우 한효주와 함께 미국 드라마 '트레드스톤'에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이종혁은 '트레드스톤'에서 과거 CIA 훈련을 받은 사실을 잊고 지내던 북한 출신 피아니스트 박소윤 역의 한효주를 깨우는 북한군 대령을 연기했는데요. '쉬리'의 북한 8군단 단역 말단 군인에서 미국 드라마의 북한군 대령이라니, 어찌 보면 참 출세를 했다 싶은 배우 이종혁이네요. ^^ 

 

'쉬리'의 단역 북한군 군인에서 미드 '트레드스톤'의 북한군 대령으로 출세한 배우 이종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