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출연료가 한두푼도 아니고 입금되면 뭘 못하겠느냐 싶겠지만, 살을 찌우고, 빼고, 지루한 장신간의 특수분장과 10킬로그램이 넘는 특수 수트를 입고 열연을 펼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충격적인 외모 변신을 보면 이래나 저래나 먹고 살기는 다 같이 힘들겠다는 심정 역시 없지 않은데요.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을 살 정도로 놀랍게 바뀐 모습들, 할리우드 영화 속 충격적인 외모 변신을 선보인 스타들의 사례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1 앤 해서웨이 - 레미제라블 (2012)
앤 해서웨이는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을 때는 다소 통통한 이미지의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고된 삶을 산 여성 판틴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무려 11.5킬로그램을 감량했어야 했답니다.
해서웨이와 함께 '레미제라블'에서 판틴의 딸 코제트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이사벨라 앨런은 앤 해서웨이가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시도한 다이어트 식단을 토끼 식단이라고 불렀는데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크랭크인 전에 4.5킬로그램을 감량하고, 촬영 중에 나머지 7킬로그램을 감량하기 위해 앤 해서웨이는 다른 음식 없이 샐러드만 먹어야했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몸이 약해진 앤 해서웨이는 작은 충격에도 팔이 부러지는 촬영 사고를 내기도 했답니다.
2 샤를리즈 테론 - 몬스터 (2004)
샤를리즈 테론은 자신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몬스터'에서 여자 연쇄살인마 에일린 역을 연기하기 위해 15킬로그램을 불렸습니다. 살인자 에일린이 제 몸에 대해 느꼈던 감정을 자신도 느끼려면 그렇게 해야 했다고 샤를리즈 테론은 털어놓습니다. 체중 불리기뿐이었던가요? 얼굴 분장도 무시무시했죠. 누가 저 얼굴을 샤를리즈 테론이라고 생각했을까 싶을 정도였답니다.
3 톰 크루즈 - 트로픽 썬더 (2008)
2009년 제6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남우조연상 부문에는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의 랄프 파인즈, '다우트'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같은 진지한 배역을 맡았던 배우들과 함께 병맛 코미디 영화 '트로픽 썬더'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톰 크루즈의 이름이 함께 올라가 있었습니다.
아울러 당해 연도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트로픽 썬더'로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오르게 되는데, 코미디 영화, 그것도 블랙 코미디가 아닌 병맛 코미디 영화로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라는 점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톰 크루즈의 연기는 관객과 평단 모두를 경악시킨 최고의 열연이었음이 분명했다는 증거입니다.
그중에서도 톰 크루즈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트로픽 썬더'에서 흑인으로 분장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야 당시 '아이언맨' 효과가 막 시작되던 시기여서 특급 스타는 아니었지만, 톰 크루즈는 '탑건'에서부터 '레인 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제리 맥과이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으로 이미 할리우드 최고 수준의 배우였는데, 그런 톰 크루즈가 대머리 파격 분장에 저질 댄스까지 춰가며 심하게 망가졌으니, 이런 호재를 제작진이 그냥 날릴 리가 없었죠.
감독과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는 포스터는 물론이고 홍보 전단, 마케팅 등에서 뚱보 대머리 제작자 레스 그로스맨 역을 맡은 조연 배우 톰 크루즈의 이름을 철저하게 감췄고, 촬영장에서 톰 크루즈가 분장한 모습을 찍어서 올린 사람을 고소까지 해가면서 최고의 반전을 기획했는데요.
그리고 그 반전은 기가 막히게 먹혀들어가게 됩니다. 심지어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올 때까지 저 대머리 제작자 배우가 누구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심하게 뿜었다는 관객까지 있었을 정도니 아주 제대로 성공한 출연 전략이었네요.
4 기네스 펠트로 -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2001)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세븐'으로 데뷔, '슬라이딩 도어즈',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의 작품으로 전성기를 보낸 기네스 펠트로의 마지막 리즈 시절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네스 펠트로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여자친구가 절세미녀여야 한다는 생활 신조를 지키며 살아온 할 라슨(잭 블랙 분) 앞에 특별한 최면요법 속에서 나타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로즈마리를 연기하는데, 그러나 로즈마리는 실제로는 누가 봐도 뚱뚱한 거구의 여자였는데요.
최면 속 절세 미녀와 현실 속 최고의 뚱녀 로즈마리 1인 2역을 하기 위해 기네스 펠트로는 특수 제작된 뚱뚱이 수트를 옷 속에 껴입게 되는데, 기네스 펠트로는 뚱녀 수트를 처음 입고 뉴욕 트라이베카 그랜드 호텔 로비에 섰을 당시 자신이 비만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너무 슬픈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고 고백했답니다.
5 존 트라볼타 - 헤어스프레이 (2007)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아담 쉥크만 감독의 2007년작 '헤어스프레이'에서 TV 댄스쇼의 최고의 댄싱퀸인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것이 굼인 슈퍼 헤비급 몸매의 딸을 둔 엄마 에드나를 연기하기 위해 존 트라볼타는 한껏 부풀린 머리에 풍만하기 그지없는 몸매의 여장을 하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이 역할은 남자를 세운다고 합니다!)
아담 쉥크만 감독은 과거 그리스로 춤에 일가견이 있는 존 트라볼타에게 에드나 역을 맡기기 위해 몇날 며칠을 설득해야 했는데, 결과는 대성공! 15킬로그램에 달하는 특수 분장 수트를 입고 신나게 춤을 추는 존 트라볼타의 모습은 '그리스'나 '토요일밤의 열기' 속의 존 트라볼타의 모습의 2000년대의 현현이었다고나! (참고로 국내에서 상연된 뮤지컬 속 에드나는 정준하가 맡았다고 하네요!)
6 르네 젤위거 - 브리짓 존스의 일기 (2001)
앙상한 슬림 미녀의 뚱녀 변신의 가장 유명한 예 중의 하나는 바로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르네 젤위거라고 할 수 있겠죠. 평소 운동으로 다져지기는 했으나 깡마른 체형이 보통인 르네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를 연기하려고 15킬로그램 가까이 체중을 불렸습니다.
브리짓 존스라는 배역 자체가 신인 배우에 다름없었던 르네 젤위거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최고의 기회였기에, 초콜릿바, 밀크 쉐이크, 피자 등을 폭식하며 2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15킬로그램을 늘렸어야 했는데요.
평소 말근육으로 유명한 르네 젤위거는 깡마른 근육질의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포기하고 살을 찌우는데, 그토록 짧은 기간에 체중을 갑자기 늘리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계속 되는 잔소리에 패닉 어택까지 왔었을 정도였답니다. 정말 무서운 할리우드의 프로 연기자들의 세계입니다.
7 크리스 헴스워스 - 하트 오브 더 씨 (2015)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 토르 역의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는 21세기의 진정한 근육맨입니다. 그런 헴스워스가 2015년 '하트 오브 더 씨'를 찍으면서 엄청난 변화를 감행했죠. 우리의 토르 배우는 해양에서 표류당한 극악의 생존기를 캐릭터인 오웬 체이스를 연기하면서 거죽만 남은 앙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답니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살을 빼기 위해 하루에 500 칼로리 이하를 섭취해야 했는데, 촬영에 앞서서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촬영 중에 살을 빼야 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삶은 달걀과 크래커 두어 조각, 셀러리 스틱이 하루 양으로 먹는 전부였습니다. 그리하여 4주 만에 15킬로그램을 감량했습니다. 이후 다시 토르의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왔으니 다행이지 사진만 봐서는 정말 죽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답니다.
8 매튜 맥커너히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3)
체중 감량으로 인한 외모 변화로 치면 매튜 맥커너히도 빼놓을 수 없죠. 매튜 맥커너히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 역을 연기하며 20킬로그램을 넘게 뺐습니다. 183센티미터의 키에 64킬로그램이 된 거죠. 매일 다이어트 콜라와 계란 흰자와 닭 한조각만을 먹으며 감량한 결과였습니다.
매튜 맥커너히의 극도의 체중 감량에는 부작용이 뒤따랐는데요. 다이어트로 인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지경까지 간 것은 차치하더라도, 너무 과하게 체중을 빼다 보니 시력 저하가 따라오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니 위로가 됐을지 모르겠네요.
9 러셀 크로우 - 바디 오브 라이즈 (2008)
2008년 리들리 스콧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에 CIA 베테랑 요원에 출연한 러셀 크로우는 정크 푸드로 구성된 고지방 식단을 섭취하면서 30킬로그램 가까이 몸을 불려서 117킬로그램이 되었습니다.
러셀 크로우 말로는 살이 찌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그냥 앉아서 생활하는 것, 몸을 움직이는 걸 멈추고 원하는 건 뭐든지 먹으면 살은 순식간에 쪘다지만, 하지만 안타깝게도 살을 빼는 건 그리 쉽지 않아서 러셀 크로우가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오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입에 한순간 머문 것이 엉덩이에는 영원히 머문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 아닐까 싶네요.
10 크리스천 베일
영화 속 충격적인 외모 변신을 향한 헌신에 주는 상이 있다면 수상자는 크리스천 베일이 단연코 첫손가락에 꼽힙니다. 2004년 영화 '머시니스트'의 크리스천 베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83센티미터의 크리스천 베일은 이 심리 스릴러 영화의 불면증에 걸린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4개월간 30킬로그램 가까이를 감량했습니다. 기록적인 수치죠. '머시니스트' 속 50킬로그램을 조금 넘긴 크리스천 베일의 모습은 정말 무시무시하게 광적이었습니다.
30킬로그램의 체중 감량을 위한 크리스천 베일의 하루 다이어트는 사과나 참치 한 캔, 블랙 커피와 물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또 껌을 아주 많이 씹고 담배를 피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 심장강화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이루어진 웨이트 트레이닝 일정도 철저하게 따랐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크리스천 베일은 '머시니스트'가 끝나고 6개월 후인 2005년 '배트맨 비긴즈'를 찍기 위해 원래의 몸무게를 되찾아야 했고, 또 1년 후에 '레스큐 던'을 찍기 위해 25킬로그램을 감량했고, 2년 후에 '다크나이트를 찍기기 위해 다시 원래 몸무게로 갔다가, 또 2년 후에 '파이터'를 찍기 위해 20킬로그램을 감량, 2년 후에 다시 배트맨을 연기하기 위해 24킬로그램을 찌웠다고 합니다.
그런 크리스천 베일의 고무줄 다이어트는 6년 가까이 휴지기를 가지며 이제 그런 위험천만한 다이어트는 없는 것인가 싶었는데, 아뿔싸 가장 최근작인 영화 '바이스'에서 크리스천 베일은 또 다시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인 딕 체니 역을 위해 20킬로그램을 찌우고, 올해 여름 개봉 예정인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영화 '포드 v. 페라리'에서 페라리 엔지니어이자 레이서인 켄 마일스 역을 위해 다시 체중을 감량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포드 v. 페라리'가 크리스천 베일이 체중을 늘리거나 감량하는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 공언했다는 것인데요. 연기 욕심 많은 크리스천 베일이더라도 건강을 위해서 이 약속만큼은 지켰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