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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팡

미드 역사상 최고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추천 5

미드 스페셜 에피소드 편성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명절은 추수감사절과 할로윈입니다. 전자의 인기는 인간의 조건을 가족이라는 코드로 치유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후자의 인기는 연출적인 면에서 창의성에 기댈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추수감사절과 할로윈에 비해서 가중치가 떨어진다지만, 그래도 미드 특별 편성 에피소드 3대 길목인 크리스마스를 기억시키는 빛나는 에피소드 다섯 편을 꼽아 보았스니다. 한 장의 사진과 글만 읽고 기억이 새롭다면 당신도 어지간한 미드 매니아겠네요.

 1   '엑스파일' 시즌6 6화 - How The Ghosts Stole Christmas

크리스마스는 서양에서 귀신들과 많이 엮이는 명절입니다. '엑스파일'의 가장 훌륭한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1998년에 방영되었는데요. 멀더와 스컬리는 메릴랜드의 한 귀신 씐 집을 수사하게 됩니다. 80년 전에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이 자살을 한 이력이 있는 집이었고, 그 집에 들어가는 모든 커플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루머가 돌고 있는 집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멀더와 스컬리가 미로 같은 그 집에 들어갔을 때 일이 으스스하게 돌아갑니다. 늙은, 귀신 같은 거주자들과 마주치고, 귀신들의 농간에 멀더와 스컬리는 서로 등을 돌리기까지 합니다. '엑스파일'치고는 여느 때와 다르게 스케일이 작았지만, 그래서 스토리보다는 분위기로 이끌고 가는 점이 탁월했던 에피소드. 집안 분위기를 따뜻하고 아늑하게 만들어놓고 한껏 웅크리고 보면 좋을 만한 에피소드입니다. 

 


 
 2   '심슨 가족' 시즌1 1화 - Simpsons Roasting On An Open Fire

현재 31시즌이 방영이 끝난 '심슨 가족'은 과거 28, 29 두 개 시즌 추가 계약을 확정지으며 역대 최다 에피도스 방영 미드 등극이 확정되었다. 소재나 주제도 별다르지 않고, 심지어 작화적인 측면에서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30여 년 전의 이 에피소드는 '심슨 가족'의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입니다. 심지어 '심슨 가족'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특별 편성률은 다른 미드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20%대에 불과하니까요.

 


 
 3   '프렌즈' 시즌7 10화 - The One With The Holiday Armadillo

'프렌즈' 역시 여느 미드와 별다를 바 없이 크리스마스보다는 추수감사절에 더 큰 비중을 두었던 시트콤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기념비적인 예외가 있었으니, '명절 아마딜로' 편입니다. 2000년 시즌 7에 방영된 이 에피소드에서 로스는 1/4 유태인 혈통의 아들인 벤이 기독교도의 전통인 크리스마스만 알고 유태인 명절인 하누카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하고 자랄까봐 예의 로스답게 전전긍긍하게 되는데요.

로스는 벤에게 유태인 명절인 하누카를 가르치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하누카만을 가르쳐 주려는 로스 때문에 벤은 올해는 산타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울상을 짓고 마는데요. 그제야 로스는 산타 옷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지만 크리스마스가 임박해서 남아 있는 산타 복장이 있을 리 없을 터.

 

그리하여 로스는 대안으로 마블 코믹스에서나 나오는 가상의 동물 아마딜로 의상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프렌즈'의 가장 재미있는 시퀀스 중 하나가 탄생하게 됩니다. 챈들러와 조이가 산타 옷을 입고 나타나면서 늘 그렇듯이 로스의 복장을 긁는 '프렌즈' 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입니다.

 


 
 4   '웨스트윙' 시즌1 10화 - In Excelsis Deo

물론 우리로서는 예외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대통령, 한 시도 쉴 틈이 없고 늘 긴장 상태에 있을 것 같은 대통령, 그것도 미국의 대통령은 명절을 어떻게 보낼까요? 그에 대한 상상으로 1999년 1시즌에 '웨스트 윙' 최고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바틀렛 대통령은 어린 아이들을 만나 아이 같은 농담을 던지고 축제에 들뜬 마음으로 즐깁니다. 그러다가 게이라는 이유로 곤죽이 되도록 얻어 맞고 죽은 한 틴에이저에 관한 보고를 받으면서 새해에는 증오범죄 법규 마련이 시급함을 새삼 상기하게 되는데요. 그런 소식을 듣고서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가 아까와 같은 유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론 소킨 표 속도감과 위트가 역시 넘치지만 들뜬 명절의 기분과 들뜬 만큼이나 더 어두워지는 부분들을 잘 교차시켜 비추어준 에피소드였습니다. 토비가 구호단체에 기부했던 코트를 입은 채 죽은 노숙자 퇴역군인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시키는 장면이 더없이 심금을 울렸던 '웨스트 윙' 최고의 잔잔한 울림을 주었던 에피소드 중의 하나입니다. 

 


 
 5   '프레이저' 시즌1 12화 - Miracle On 3rd Or 4th Street 

'프레이저'는 11번의 시즌을 거치는 동안에 8번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방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시즌 1의 12화인 '3번 혹은 4번가의 기적'입니다. 

 


이혼으로 고향 시애틀로 돌아온 프레이저, 보스턴에 떨어져 살게 된 아들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시애틀에 와서 보낼 수 없게 됐음을 알게 된 프레이저는 크리스마스 따위 다 때려치우고 원래 쉬기로 되어 있던 라디오 쇼 진행을 그냥 하겠다고 자처합니다.

 

혼자 있는 프레이저의 하루는 명절이기에 더 황량하기만 하지만, 시나리오의 곳곳마다 유머가 번득이고 결국은 그 유머가 명절 정신다움 따뜻함으로 이어졌던, 아주 멜랑콜리하고 쓸쓸하고도 따스했던 에피소드이자 미드 역사상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